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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무일기 3화 – 세무사무실 마감 후유증, 실무자의 번아웃 일기
세무 마감은 끝났다.
납부서도 나갔고, 전자신고도 무사히 마쳤다.
고객들한테는 “잘 처리됐습니다^^” 메시지도 보냈고, 대표님은 “이번에도 수고 했어요”라며 상여금을 건넸다.
그런데… 이상하다.
몸은 끝났는데, 마음이 안 끝난다.
상여를 받았으니 금융치료라도 되어야 하는데,
정확히는 쉬는 법을 잊어버린 느낌이다.
🥀 ‘끝났는데 안 끝난’ 그 기분
모든 걸 다 끝내고 퇴근하면, 뭔가 해방감을 느껴야 하는 게 정상 아닐까?
하지만 내 손엔 여전히 체크리스트가 들려 있다.
보고서 제출 확인, 누락 고객 재확인, 조정료 세금계산서 발행, 수정신고 대기 리스트…
그리고 이 모든 걸 마감 끝난 날에도 체크하고 있는 나 자신.
심지어 오랜만에 칼퇴했는데도 문득 “아, 이 거래처 비용 처리가 이상했지…”라는 생각이 들며 다시 확인해야하나 걱정이 든다.
마감은 끝났지만, 내 머릿속은 아직 마감 중이다.
🫥 ‘휴가’라는 말이 와닿지 않는 이유
“이제 좀 쉬어~”
“이번 주말엔 아무 것도 하지 마세요~”
회사에서도, 가족들도 그렇게 말해준다.
그런데 그 말이 이상하게 공허하게 느껴진다.
정신이 빠져나간 채로 하루를 보내는 일,
그게 요즘의 내 모습이다.
침대에 누워도 마음이 안 쉬어진다.
넷플릭스를 켜봐도 아무 내용이 눈에 안 들어온다.
핸드폰으로 유튜브 보다가, 갑자기 “아 저 회사는 가산세 있었지…” 하며 셀프 자책 타임이 시작된다.

그게 마감 후유증이다.
🧠 업무의 후폭풍, 그건 ‘감정’이었다
사람들은 세무사무실 일이 숫자와 전산 업무라고 생각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진짜 무거운 건 숫자가 아니라 감정이다.
- 고객이 무심하게 보낸 자료
- 늦은 밤에도 울리는 메신저
- “가산세 나왔어요”에 담긴 책임감
- 팀원 간의 조심스러운 눈치
- 그리고 반복되는 일정과 체념
이 모든 것들이, 내 감정을 조금씩 닳아가게 만든다.
그리고 그게 마감이 끝난 지금, 한꺼번에 몰려온다.
슬프고, 허무하고, 짜증나고, 고맙고, 미안하고…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정신이 지친다.
🪫 '휴식'이 오히려 불안한 이유
진짜 힘든 건 마감 기간보다 마감 이후일 수도 있다.
적어도 마감 중에는 몰입할 대상이라도 있었다.
지금은 그게 없다. 갑자기 멈춘 상태에서
나는 “이제 뭐 하지?”란 생각과 함께 공허함을 느낀다.
심지어 몸이 회복되기도 전에, 사무실은 다시 돌아간다.
어제까지 마감을 했는데, 오늘은 부가세 예비자료 점검.
메일함은 “이번엔 미리 보내드릴게요!”라는 메시지로 가득하다.
그 말, 믿으면 안 된다는 것도 이미 배웠다.
📂 일상이란 이름의 또 다른 전쟁
마감이 끝났으니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그 일상엔, 마감 전 미뤄뒀던 일들이 쌓여 있다.
- 전자세금계산서 매칭
- 미수금 확인
- 부가세 대상자 일정 정리
- 연말정산 오류 건 추적
- 지난 마감에서 생긴 수정신고 준비
그리고 또 하나,
“이번 마감 때 왜 이렇게 힘들었지?”라는 회고.
그 회고는 대부분 자책으로 끝난다.
나는 왜 그때 확인을 못 했을까?
왜 더 미리 못 움직였을까?
왜 이 일은 항상 나한테만 집중되는 걸까?
🧍♀️ 주변 사람들과의 거리감
마감이 끝나고 친구를 만나거나,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고 해도
어딘가 모르게 멍하다. 대화에 집중이 안 된다.
그리고 또 미묘한 거리감도 느낀다.
“그렇게 바빴다고? 요즘 일 별로 없다며?”
“세금 신고 그냥 프로그램 돌리는 거 아냐?”
이런 말들이 날카롭게 꽂힌다.
아니, 그 말이 틀린 건 아닌데…
그게 전부는 아니거든.
그 말 한마디에 내가 한 달 넘게 쌓아온 노력과 스트레스가
너무 가볍게 무시당하는 기분이다.
🧩 그래서 나는 어떻게 회복할까?
솔직히 말하자면, 뾰족한 답은 없다.
마감을 끝내고 휴가를 간다고 해도
내 마음이 진짜 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작은 회복을 한다.
- 출근길에 이어폰 끼고 아무 말 없이 걷기
- 커피 하나 사서 옥상에서 햇빛 쬐기
- 점심시간 10분만 눈 감고 앉아 있기
- 출근 전에 하늘 한 번 보기
그 작은 틈새들 속에서 조금씩 숨을 돌린다.
📅 그럼에도 다음 마감은 온다
모든 회복이 끝나기도 전에
4월엔 부가세 예정, 6월에도 성실 종합소득세, 7월엔 또 부가세.
그 사이사이에 수정신고, 분기 감사, 원천세 문의가 끼어 있다.
아니, 지금 막 정신 차렸는데
벌써 다시 마감표를 짜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아침에 출근하고,
다시 전표를 열고, 회계 자료를 정리한다.
💬 마지막 한마디
누군가는 말한다.
“그래도 잘 버텼잖아. 대단해.”
그 말, 듣기 싫지는 않다.
하지만 진짜 필요한 건,
이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는 변화다.
세무사무실에서 일한다는 건,
단순히 숫자를 맞추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의 무책임을 대신 책임지는 사람이라는 걸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란다.
오늘도 나처럼
끝난 마감 속에서도 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당신은 정말 잘 버텼어요.
다음 마감에도, 내 마음부터 먼저 챙기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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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무일기 4화는 2025년 5월 말 발행 예정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회계사무실의 비시즌, 진짜 ‘숨 고르기’는 가능한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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