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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무일기 2화 – “이건 기적이 아니야, 그냥 체념이야.”
2월 말. 세무사무실의 공기는 평소와 달라진다.
잔잔한 긴장감, 그리고 말없이 커지는 야근의 기운.
법인세 시즌이 시작됐다는 건 출근만 해도 느껴진다.
고요한 듯 분주한 하루. 누군가는 결산 마감일을 ‘3월 31일’이라고 말하지만,
실무자 입장에서 그건 절대 마지막 날이 아니다.
그보다 한참 전인 3월 중순, 아니 2월 말부터 이미 전쟁은 시작된다.
거래처 대표님의 한 마디가 신호탄이다.
“회계법인에서 아직 안 줘서요. 다음 주쯤엔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음 주?
다음 주는 이미 납부서 보내고 전자신고 끝났어야 하는 시점이다.
회계감사 일정에 따라 자료가 늦어지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아무런 정리 없이 엑셀 수십 개와 PDF 몇 장을 ‘자료’라고 보내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더 힘든 건, 그 자료들이 ‘사용 가능한 상태’가 아니라는 점이다.
– 매출 내역이 시트마다 흩어져 있고,
– 숫자는 맞지 않으며,
– 일부는 손글씨로 수정돼 있다.
“이 부분은 빠졌습니다. 확인해주세요.”
그럼 대체 뭘 기준으로 맞추라는 건가?
세무사사무실의 전표 담당자들, 신고 담당자들, 과장, 팀원들은
그 정리되지 않은 자료를 붙잡고 한숨부터 쉰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 자료들을 가지고 오류 없이 신고서까지 만들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기한이 하루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
🔄 반복되는 악몽, 종합소득세 시즌
법인세가 끝나자마자 한숨 돌릴 틈도 없이,
5월이 되면 또 하나의 대형 태풍이 몰려온다.
종합소득세.
이 시즌은 정말이지 체력과 멘탈이 동시에 소모된다.
거래처 수는 많고, 각 사업자의 상황도 모두 다르다.
자료 요청을 4월부터 수차례 보내지만, 정작 받는 건 5월 중순.
그것도 25일 즈음이 되어서야 “이거 봐주세요” 하며 도착한다.
어떤 자료는 사진 찍은 영수증,
어떤 자료는 PDF 스캔본,
간혹 “작년 신고서랑 비슷할 거예요~”라는 말과 함께
작년 신고서를 복사해 보내오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받은 자료로 전표 입력하고, 경비 배분하고,
세액 계산해서 납부서 발행하고,
신고서 작성 후 전자신고까지 완료해야 한다.
그 모든 과정을 단 며칠 안에.
거기서 실수라도 생기면?
가산세가 부과된다.
고객 입장에선 “왜 가산세가 나왔죠?”지만,
우린 안다. 그건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는 걸.
🧱 실무자의 삶: 반복과 체념, 그리고 체력 투혼
법인세는 단순한 세금 신고가 아니다.
거기에 붙는 결산보고서, 감사보고서 등 전자신고 전 체크리스트까지.
그걸 맞추기 위해선 체력이 기본이고, 소모되는 정신력은 덤이다.
자료 요청은 고객에게, 자료 보완은 회계법인에,
그 틈에서 정리를 맡는 건 전적으로 세무사무실 직원의 몫이다.
누가 그랬다.
“마감일에 맞춰 신고하는 건 기적이다.”
나는 말하고 싶다.
그건 기적이 아니다.
야근, 주말근무, 직원들의 체념, 아주 약간의 운,
그리고 체력를 갈아 넣은 결과다.
실제로 나는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직장인 대학생이다.
신고기간 시즌엔 노트북을 들고 이동 중에도 신고서를 작성한다.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버스정류장에서 버스오기 기다리면서 딸깍거리며 일한다.
나는 대체 언제 쉴 수 있을까?
😵💫 주말과 공휴일, 그리고 붕괴된 감각
상반기 시즌이 한창일 땐 주말 출근은 기본,
공휴일은 그냥 또 하나의 근무일이다.
일요일 아침에도 사무실 불은 켜지고,
문서 더미 옆에는 쌓여있는 테이크아웃 잔이 있다.
그걸 보며 생각한다.
“나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그래도 해야 하니까 한다.
그리고 문득 정신을 차리면 밤 10시.
사무실엔 나 혼자.
밖은 캄캄하고, 문자 하나가 날아온다.
“과장님, 이거 누락된 거 같은데요… 다시 확인 가능하실까요?”
…과장입니다. 그리고 지금, 저녁도 안 먹었거든요.
🧨 모든 건 마지막 주에 터진다
정말 치명적인 건 마감 ‘마지막 주’에 자료를 받는 일이다.
이건 실수하면 가산세 수준이 아니라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신고는커녕, 납부서 발송도 못 했다면 말 다 한 거다.
대표님은 물으신다.
“지금 진행 상황은?”
그 질문 한 마디에 얼어붙는다.
왜냐고? 진행이 안 됐기 때문이다. 자료가 없으니까.
혼나는 건 항상 나.
가산세 나와도 나.
시간 안 맞아도 나.
그 누구도 자료가 늦게 왔다는 건 기억 못 한다.
🤯 회계법인 회계사님들께도 드리는 말
감사 회계사님들… 제발,
자료를 제대로 정리해서 주세요.
PDF에 손글씨로 “빠졌습니다~” 쓰지 마시고요.
엑셀 시트 이름 좀 ‘Sheet1’ 말고 구체적으로 적어주세요.
매출 총계는 ‘합계’란에 넣어주세요.
그걸 찾느라 하루가 날아가요.
세무사무실은 데이터를 추론하는 기관이 아닙니다.
당신들이 주는 자료로 맞춰야 하니, 정확하고 명확한 파일이 절실합니다.
💻 체념 끝에 남는 건… 다시 마감
마감일 아침. 그날도 자료가 도착한다.
예상한 일이라 놀랍지 않다. 익숙하다. 그냥 또 시작이다.
신고서 작성, 검토, 전자신고, 납부서 생성.
중간에 오류 떠서 다시 수정.
고객에게 전송. 다시 검토. 다시 서류 수정.
모든 걸 끝냈을 때, 나는 다짐한다.
“내년에는 절대 안 할래… 퇴사할래… 탈룰라 원츄.”
그리고 다음 날, 또 다른 시즌을 준비한다.
💬 마지막 인사
이 글은 단지 ‘고생했다’는 기록이 아닙니다.
업무의 진짜 무게, 사람의 감정, 그리고 현실의 한계를 담았습니다.
누군가 이 글을 읽고 “나도 저랬지” 하고 작은 위로 하나라도 느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 세무일기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다음 편에서는 마감 후의 허탈함과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오늘도, 내일도,
당신의 하루 끝에 위로가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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